이씨는 2005년 6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여성가족부 초대 다문화과장을 지냈고, 2009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다시 보건복지부 다문화과장으로 일했다. 그의 책은 다문화사회에 대한 각종 통계와 직접 발로 뛰어 수집한 풍부한 사례가 담긴 현장형 보고서다.
- ▲ 이성미 여성가족부 행정관리담당관은 “다음엔 다문화 문제에 대한 소설을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이씨의 책은 우선 결혼 이민자 여성들에 대한 이해와 포용에 초점을 맞춘다. 그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대개 여성들에게만 '시부모 봉양 잘하고 남편에게 잘하라'고 가르치는데 시부모와 남편에게도 여성들의 고국 문화에 대한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했다. "한 베트남 여성은 신혼 초 '시부모에게 절을 하라'는 동서의 지시에 깜짝 놀랐답니다.
베트남에서는 죽은 사람에게만 절을 하기 때문에 산 사람에게 절을 하면 그가 빨리 죽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오해받거든요. 몽골 여성 한 명은 남편이 자신을 검지손가락으로 가리키자 새파랗게 질려 울기도 했죠. 몽골에서 검지로 사람을 가리키는 건 '죽이겠다'는 뜻이에요."
다문화 가정 자녀들의 언어 교육에 대해서도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책에서 '정부가 결혼 이민자 여성을 아이의 이중언어 교육 선생으로 삼아 여성의 통장으로 매달 이중 언어 지도비를 입금해줘야 한다'고 썼다. "다문화 자녀들이 부모 나라의 말을 모두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게 되면 글로벌 인재로 자랄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에선 아이 아버지가 열등의식 때문에 아이가 엄마 나라 말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다문화 자녀들의 이중언어 교육을 지원한다면 남편들의 편견을 깰 수 있습니다."
어머니가 한국 남성과 재혼하는 바람에 느닷없이 낯선 한국 땅에서 생활하게 된 '중도 입국 자녀'들에 대한 배려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중도 입국 자녀들을 위한 대안학교 활성화가 절실합니다. 현재 7000명에 달하는 국내 중도 입국 자녀의 재학률은 47%에 불과합니다. 한국 학교엔 적응하기 힘드니까요. 그들을 위한 대안학교가 있긴 하지만 정식 학교로 인가가 나지 않아 학생들이 상급 학교로 진학하려면 검정고시를 봐야 해요."
이씨는 "한국사회의 다문화란 감로수가 담긴 유리병과 같다"고 했다. "우리는 지금 그 감로수로 갈증을 해소하고 있어요. 그러나 '관용'이라는 완충재가 없다면 유리병은 깨어지고 맙니다. 그 유리 파편은 서로에게 상처를 내고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죠. 제 책을 읽은 독자들이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이해심을 갖고 다문화사회를 따스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